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34호 종이강에 그린 詩]붉게 익은 뼈-길상호

은빛강 2010. 8. 30. 12:38

[제34호 종이강에 그린 詩]

 

붉게 익은 뼈

길상호

 

당신 무릉도원에서 온 사람,

잠시 복숭아 꽃잎 열고 나왔다가

비로 져버린 꽃잎 문도 못 찾고

언제나 마음 젖어 헤매는 사람,

이제 늘어가는 주름과

물러터진 깊은 상처도

당신 몸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

바람을 타고 다니며

꽃이 있던 허공을 두드리다가

스스로 바닥에 저버릴 사람,

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다고

발목에 심어둔 복숭아 씨앗

단단하게 키우며

땅에 묻히면 그대로

한 그루 붉은 꽃이 될 사람

 

길상호

-1973년 충남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2004년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