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호 종이강에 그린 詩]
틈에 관하여
최광임
이불호청을 끼운다
서로 떨어져서는 온전한 값을 다하지 못하는
뒤집은 피륙 위에 솜을 놓는다
귀와 귀를 잡고 맞대어 보지만
잠시 함께하지 못한 사이 생긴 틈
서로 어색해하며 쭈볏쭈볏
예전의 자세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불홑청의 길이가 좀 남아있거나
솜이 한 곳으로 더 뭉쳐있거나, 그것들
토라진 아이 달래듯 어루만진다
살과 살이 맞아가고 부족한 곳으로
그들 몸이 가 메우기 시작하는 간극
산다는 게 이불호청 끼우기 같다
제 각각의 틈 들여다보지 않고
이미 햇볕조차 들지 않을지 모른다
시간보다 빠른 게 사람의 마음이어서
흘러가고 흘러오기도 하는 것이라지만
내 삶의 어느 곳
틐을 향해서 먼저 흘러가 줄 일이다
최광임연보
-1967년 부안출생
-시문학 등단
*시집
-내몸에 바다를 들이고,
*현재, 대전대 사회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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