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칼로 물베기 또는 시
박종빈
텔비젼을 보며
사과를 깍는 아내여
다른 여자와 내가 통하였다고
사과의 머리를 깍아내는 아내여
시 쓰는게 연애질이 아니며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게
음란한 채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칼과 물이 필요한 것이냐
자르거나 깍아 버리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겠느냐
사과 반쪽을 다 먹고 나니
단단한 씨가 남는다
그 씨를 손톰으로 톡 쳐 아내에게 보낸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반짝이는
까만 것
쪼갤 수 없는 것이
언젠가는 스스로 그 마음을 열어
한 세상 우뚝 서려는 듯
오랬동안 침묵으로 화답하는구나
훤한 이마 감추지 않는구나
박종빈 연보
-1963년 대전출생
-충남대학교 졸업
-193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당선
-현재 대전중구 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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