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40호 종이강에 그린 詩]칼로 물베기 또는 시-박종빈

은빛강 2010. 9. 3. 14:40

[제4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칼로 물베기 또는 시

박종빈

 

텔비젼을 보며

사과를 깍는 아내여

다른 여자와 내가 통하였다고

사과의 머리를 깍아내는 아내여

 

시 쓰는게 연애질이 아니며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게

음란한 채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칼과 물이 필요한 것이냐

 

자르거나 깍아 버리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겠느냐

사과 반쪽을 다 먹고 나니

단단한 씨가 남는다

그 씨를 손톰으로 톡 쳐 아내에게 보낸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반짝이는

까만 것

쪼갤 수 없는 것이

언젠가는 스스로 그 마음을 열어

한 세상 우뚝 서려는 듯

오랬동안 침묵으로 화답하는구나

훤한 이마 감추지 않는구나

 

박종빈 연보

-1963년 대전출생

-충남대학교 졸업

-193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당선

-현재 대전중구 선거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