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자동차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자동차 - 윌리스 MB

은빛강 2010. 8. 31. 18:40

윌리스 MB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개발된 4륜 구동방식의 차량이다. 지프는 주로 비포장도로나 험로의 주행을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종전 후 민간용으로 개발된 CJ(Civilian Jeep) 시리즈는 일상에서 좀 더 폭넓은 용도에 쓰이게 된 차량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의 쉬빔바겐이나 큐벨바겐의 기동력에 밀리던 미군은 수차례에 걸쳐서 미국의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기동 차량의 개발을 의뢰한 끝에 마침내 1940년에 차량의 규격을 확정해서 메이커들에게 발주를 했는데, 그것에 맞추어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의향서를 낸 곳은 아메리칸 밴텀(American Bantam)과 윌리스-오버랜드(Willys-Overland)뿐이었다. 차량은 밴텀이 만든 BRC(Bantam Reconnaissance Car)를 바탕으로 1941년부터 윌리스-오버랜드와 포드자동차가 생산하게 된다. 포드 자동차는 처음의 설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미군은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나중에 포드를 참여시키게 되었다. 윌리스는 밴텀의 설계를 기본으로 한 모델을 MA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이후 차체 무게를 300파운드(약136kg) 줄여서 2,100파운드(약 950kg)로 가볍게 만든 개량형 MB를 개발하였다. 포드는 윌리스와 동일한 모델로 GPW를 생산한다.

 

포드의 GPW와 윌리스가 만드는 MB는 원칙적으로 서로가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거의 같은 모델이었지만, 사소하게 다른 부분도 있었다. 포드는 자신들이 밴텀을 기초로 해서 개발한 모델을 윌리스가 이름 붙이듯 MB라고 하지는 않고, General Purpose라는 의미에서 GP라고 했다. 또 미군에 납품하기 위해 윌리스 모델과 공통의 설계로 만든 모델을 윌리스(Willys)를 의미하는 W를 붙여 GPW라고 했다. 이렇게 기본형이 만들어지고 1941년부터 1945년까지 64만 대의 MB와 GPW가 윌리스와 포드 두 회사에 의해 생산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포드는 GPW의 생산을 중단하고 곧바로 민간용 승용차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윌리스는 군납용 지프 생산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일찍부터 민간용 지프의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윌리스는 이때부터 지프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CJ(Civilian Jeep) 시리즈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아메리칸 모터즈(American Motors Corporation)가 윌리스를 1천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윌리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메리칸 모터즈는 다시 민간용 차량을 만드는 AMC와 군용 차량을 만드는 AM제너럴(General)이라는 회사로 나뉘어 민간용 CJ 시리즈는 지프라는 이름으로 AMC에서 생산되고, 군용은 AM제너럴에서 생산된다. 이후 AMC는 크라이슬러에 합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구상(한밭대학교 공업디자인전공 교수)
구상 교수는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8년부터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1997년까지 크레도스를 비롯한 자동차 개발에 참여했다. 회사를 나온 뒤 지금까지 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 100년], [자동차 이야기], [운송수단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비밀] 등 10권이 넘는 자동차 디자인 관련 책을 썼으며, 지난해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소재로 한 소설 [꿈꾸는 프로메테우스]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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