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44호 종이강에 그린 詩]-과부-이장희

은빛강 2010. 9. 8. 22:14

[제44호 종이강에 그린 詩]

 

과부

-분석황순원LXXV

에로티즘으로 주제화되는 원형적 모티브 분석

3.에로티즘의 주제에 따른 성별화의 양성

-비극적 모성애를 통한 숭고미 구현 에로티즘

이장희

 

한씨 부인은

열다섯에 약혼한 김진사댁 맏아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칠순이 가까운 오늘 날까지

차돌같은 처녀 과부로 곱게 늙었다

문중에서 제일 연로인데 다가 종가 할머니였다

사내자식의 냄새를 지독히 싫어한다

 

팔촌동서 박씨 부인은 소년과부였다

열일곱에 시집와 이태만에 신랑이 죽었다

검게 탄 얼굴에 굵직한 주름살

박씨 부인이 힘들게 꺼낸 이야기 하나

 

시집온지 이태만에 새서방이 죽었다

단지까지 했으나 소용없었다

밤중에 억센 사내가 들어 왔다

먼 시형 뻘 청년이었다

배가 불러왔다

 

시아버지 배려로

몸을 풀었다

핏덩이는 시아버지 말씀대로

외조카딸의 집으로 보내졌다

개구리가 무성하게 울었다

 

소년과부는 오른손마저 단지를 했으나

시아버지는 그냥 돌아가셨다

 

중년 사내 객이 찾아 왔다

아무개씨 부인을 찾는다

단지한 손을 붙들었다

자기 어머니가 지금 살아 계신다면

꼭 이런 노인 같으리라

동구 밖을 벗어나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다

 

*이장희/대전호수돈 여고 재직/백지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