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9. 11. 15:53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西向

 

이규리

 

 

내 몸이 너무 가늘어 그 사람 숨겨 둘 데 없습니다

 

혼자 바라보는 저녁 산에 소름이 돋고

 

오래 바라보다 꿈쩍 않는 산 하나 옮깁니다

 

사람과 이별하는 일은 그렇게 자리를 바꾸는 일이지요

 

동서남북을 죄다 흔드는 거지요

 

말을 줄이는 일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내 야윈 겨드랑이를 몇 알 열매가 붙잡고 있습니다

 

 

 

-시집『앤디 워홀의 생각』(세계사, 2004)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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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자락

이별의 끝자락

삶의 마지막 자락에 서면

줄여야할 것도 많은데

회한처럼 밀려오는 것이 있다

버려야할, 미련 같은 애착이다

부질없는 것이다

서향 앞에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