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西向
이규리
내 몸이 너무 가늘어 그 사람 숨겨 둘 데 없습니다
혼자 바라보는 저녁 산에 소름이 돋고
오래 바라보다 꿈쩍 않는 산 하나 옮깁니다
사람과 이별하는 일은 그렇게 자리를 바꾸는 일이지요
동서남북을 죄다 흔드는 거지요
말을 줄이는 일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내 야윈 겨드랑이를 몇 알 열매가 붙잡고 있습니다
-시집『앤디 워홀의 생각』(세계사, 2004) -사진 : 다음 이미지 ----------------------------------------------------
하루의 끝자락 이별의 끝자락 삶의 마지막 자락에 서면 줄여야할 것도 많은데 회한처럼 밀려오는 것이 있다 버려야할, 미련 같은 애착이다 부질없는 것이다 서향 앞에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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