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9. 26. 15:03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술래1

 

 

장석남

 

 

신발 벗어놓고 꽃 속으로 들어간 매화 분홍

신발 벗어놓고 열매 속으로 들어간 살구 분홍

 

신발 벗어놓고 겨울 속으로 들어간 첫서리의 분홍

 

신발장을 정리하며

지워지지 않는 분홍의 핏자국들을 만진다

 

나는 그 얼룩들의 술래였다

 

 

 

-시집『뺨에 서쪽을 빛내다』(창비,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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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술래잡기놀이는

신기하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자연을 알아가는 그 도전이 신기하고

사라진 분홍들의 핏자국을 발견하게 된 것이 신기하고

시절 따라 사라진 것들을 새삼 대한다는 게 싱겁다

신발장이라는 게 뭔가

바로 계절 아닌가

삶 속에서 저들과 어울리는 것

나는 술래

영원한 술래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