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6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섬-유 현 숙

은빛강 2010. 10. 2. 16:49

[제6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유 현 숙


지하노래방, 그 한 평 반의 조명 속에다 젊은 날의 노역을 메들리로 부려놓고
휘적휘적 계단을 오른다
그리움에 지쳐서…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다
꽃숭어리 같던 내 청춘도 수탈 당했다
송별회도 끝나고, 꽃잎들 흩날리고,
이 계단을 다 올라서면,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젖어…
지상의 골목길을 휘돌아야 하리
외진 모퉁이 돌아, 전라선 밤 열차를 타고 가서
오동도 갯바람에 눈물 닦아야 하리

세상 어디에도 피접의 방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이런, 얼어죽지도 못한

아직도 동백꽃 피고 지는 내가 섬이다


* 위 시는 시집『<시와사람> / 2006 여름호 』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