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향기/사랑의 향기

(오솔길통신835호) 억새꽃이 질 때/방재승

은빛강 2010. 10. 25. 19:22

 

억새꽃이 질 때/방재승

 

 

치악산 산등성이 넘어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결에

억새는 서로를 부등켜 안고

갈그렁거리는 쉰 목소리로

백발의 머리를 끄덕이며

아쉬운 이별을 하더이다

 

박수갈채 속에 환호하던

가을 하늘가에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도

"건배"하며 외쳐대던

소주잔 부딪치던 소리도

이제는 사람들의

한낮의 발걸음의 행렬로

지나 갔을뿐

 

치악산 산마루 아래

저멀리 낙엽 지는 숲 속으로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가을의 끝자락은

무성했던 그 계절을 그리워하며

몸도 마음도 비로서 텅 비운채로

세월의 정거장을 떠나가는

억새의 은물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