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걸레

은빛강 2010. 12. 30. 07:26

집안의 먼지 얼룩진 때, 그들의 자리를 말끔히 닦아 내고 나면

걸레는 더러움으로 가득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세척을 하다보면 그 오물은 잠시 손아귀의 움직임으로

깨끗한 걸레로 돌아온다.

 

세상을 살면서 늘 마음으로 머리로 용서가 안 되어서 미워하고 유감을 가진 것들,

더러는 목까지 차오른 울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어서 자신을 그릇된 행실로 점철 화 된 하루들,

그렇게 나는 매일 죄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는 자신의 그 마음이 흔들었던 행위들의 모습에 사실 거울 들여다봄이 부끄러운 것들이다.

걸레를 세척하며 나의 꼬인 심사도, 용서되지 않던 것들도 함께 씻어 본다.

 

인간은 여느 동물과는 달리 도덕을 알기에 자신을 성찰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선현들은 그렇게 가르쳤다.

간밤 꿈에 나는 어머니의 주검을 직접 세척하고 거두며 한 없이 울다가 깨어났다.

앙상하게 메마른 어머니의 육신은 한 생을 부지런히 살아 온 결과로 남은 것은 차가운 수시(收屍-주검) 뿐,

남을 위해 늘 베풀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이들의 생명은 조금은 길다. 그들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므로 좀 더 남겨지는 생이다.

허나, 남을 한 없이 괴롭힌 자의 목숨도 더러는 길다. 남에게 준만큼 고통의 침상에 눕게 하는 것 같다.

생이 길거나 짧은 것을 합해 우리의 일생은 고통이나 번거로움 더러 환락이라도 그 생은 어느 시점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인생의 마지막 개찰구를 향해 떠나가는 체크아웃은 누구에게나 기다리고 있다.

 

걸레를 세척하며 생각한 것은

그 삶 처함이 어떠하든 매일 세척하고

매일 늘 남을 위한 배려가 오늘의 하루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 해 보는 아침이다. 

20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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