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탱자나무 여인숙
서규정
가시가 가시를 알아보듯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지 맨살을 처음 감싸던 붕대가 기저귀이듯 쓰러져 누운 폐선 한 척의 기저귀를 마저 갈아주겠다고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 바닷가엔 탱자무로 둘러쳐진 여인숙이 있지 들고, 나는 손님을 요와 이불로 털어 말리던 빨랫줄보다 안주인이 더 외로워 보이기를 바다보다 더 넓게 널린 상처가 따로 있다는 듯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손에 들고 탱자나무에 내려앉는 흰 눈 모래 위엔 발자국
손님도 사랑도 거짓말처럼 왔다, 정말로 가버린다
-시집『참 잘 익은 무릎』(신생,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
상처를 그려내는 쓸쓸한 풍경이다 풍경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혜안 여인숙, 시인의 내면이자 우리들 삶의 진리이자 궁극인 그곳은 ‘손님도 사랑도 거짓말처럼 왔다, 정말로 가버린’ 곳이다 탱자나무에 내려앉는 흰 눈과의 대비는 기막히다 결핍의 풍경을 통하여 낡은 풍경과 조우하면서 낮은 곳만을 들여다보아 온 시인의 본성과 만날 일이다 측은한 아름다움을 응축하고 있는 세상이 시인의 거처가 아니겠는가?
詩하늘 |
'시향을 창가에두고 > 詩하늘 詩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0) | 2011.03.17 |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0) | 2011.03.07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0) | 2011.01.21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0) | 2011.01.14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0) | 2010.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