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3. 7. 12:58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시집『밥값』(창비,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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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이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끼리 부대끼면서

인간답게 살아가기란 힘 드는 일이다

밥값 하고 사는 사람이

열 중에 셋만 있어도

이 세상은 살만하지 않겠나

밥값도 못하는 못난 인간들이

승냥이처럼 우글대면 끝난 것이지

 

배려하며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밑바닥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어찌 남의 처지를 이해하겠는가

겸허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