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3. 17. 20:3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안개 당신

 

김왕노

 

 

안개란 당신, 있으나 잡으면 잡히지 않는 안개라는 당신, 모두가 돌아간 밤, 세상에서 안개로 피어오르는 당신, 끝없이 자욱한 당신, 안으면 한없이 안겨오나 실체가 없는 당신, 안개라는 당신, 당신이 길을 막고 시야를 가려도 원망할 수 없는 당신, 안개란 당신, 미루나무보다 더 키 큰 당신, 벌판보다 더 넓은 당신, 강보다 더 깊은 당신, 안개란 당신, 어디나 있으나 어디나 없으며 날 외롭게 하는 당신, 까르르 웃으며 안기고 싶은 당신, 안개란 당신, 참 많은 당신, 전혀 없는 당신, 안개란 당신

 

 

 

-시집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천년의시작,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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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다가가서

자신의 심흔을 전이시키는 순간이다

 

그 타자를 안개라 부르는

이 시인

 

그는 안다, 허무의 바다에 이르는 길을

안개처럼 미궁으로 회귀하는 사랑을

 

그리하여

어디나 있으나 어디나 없는

당신이라는 이름을 감히 붙이는

안개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