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4. 6. 00:0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밤 언덕에 올라

 

김세웅

 

 

기러기가 날으듯

별이 줄지어 날으는 밤입니다

지상에서도, 불빛이 떼 지어 줄 지어

멀리멀리 떠나가는 밤입니다

오늘은 밤 언덕에 올라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을 바라봅니다.

줄을 잇는 불빛이 너무 아름답기에

나는 아직 사는 것이 두렵습니다.

먼 산과 나무가 앓는 짐승처럼

키를 낮추어

먼 하늘이 호젓이 가깝습니다.

더듬이에 불빛을 모으는 풀무치처럼

나는 가만히 무릎을 안고 웅크려 있습니다.

하마 불이 꺼질까 봐 무서운 밤입니다

 

 

 

-시집『칼과 연못』(문학의전당, 2008)

-사진 : 다음 이미지

----------------------------------------

 

아름다움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별이, 불빛이 떠나가는 밤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는

두려움을 드러내 보입니다

너무 아름답기에

그 끝이 허무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산다는 건 세상의 모습에

나 하나의 관심을 보태는 것입니다

지극한 관심이면

나눔과도 맞먹어서

두렵지 않습니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