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4. 17. 14:52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이원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 돌아오는 시골 막버스처럼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전화벨처럼 오는가

 

마침내 사랑은

청천하늘의 마른번개로 온다

와서 다짜고짜 마음의 방전을 일으킨다

 

들녘 한복판에

벼락 맞은 채 서 있는 느티나무

시커멓게 팔다리 잘린 수령 오백년의 그는

이제서야 사랑을 아는 것이다

 

사랑과 혁명 그 모든 것은

비로소 끝장이 나면서 온다

제 얼굴마저 스스로 뭉개버릴 때

와서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시집『돌아보면 그가 있다』(창작과비평사, 1997)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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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현상에 다가오는 사랑은

정말 그럴 것 같다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와서는 마른번개처럼 방전을 일으킨다지 않은가

그리하여

새로워지는 것이라지 않은가

 

여러분에게 사랑은 어떻게 오셨는지요?

저의 첫사랑은

여섯 살 때 성당마당에서였습니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제 맘속에만 살아계시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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