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과 보라색
정윤천
사랑의 눈망울 속에는 물방울과 보라색이
하나씩 들어있는 거라네
하루는 들에 나가서
보라색 꽃잎 몇 장 뜯어와 흰 봉투 안에
갈무리했던 일
꽃잎은 말라가면서
자꾸만 배어나오던 보랏빛
그러니까 그것은, 가슴으로 멍이 번지는
그런 일이었을 거라네
어느, 수요일의 오후 같은 속으로
느닷없이 한 차례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마땅한 갈 곳 하나 쉬이 떠오르지 않아도
마땅치 않은 그 사이로 벌써, 저 먼저
떼굴떼굴 굴러가버리기 시작했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동그라미의 이름
그러니까 사랑은 물방울과 보라색이
함께 어른거렸던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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