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물방울과 보라색

은빛강 2011. 4. 26. 12:58

 

물방울과 보라색

정윤천

 

사랑의 눈망울 속에는 물방울과 보라색이

하나씩 들어있는 거라네

 

하루는 들에 나가서

보라색 꽃잎 몇 장 뜯어와 흰 봉투 안에

갈무리했던 일

 

꽃잎은 말라가면서

자꾸만 배어나오던 보랏빛

그러니까 그것은, 가슴으로 멍이 번지는

그런 일이었을 거라네

 

어느, 수요일의 오후 같은 속으로

느닷없이 한 차례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마땅한 갈 곳 하나 쉬이 떠오르지 않아도

마땅치 않은 그 사이로 벌써, 저 먼저

떼굴떼굴 굴러가버리기 시작했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동그라미의 이름

 

그러니까 사랑은 물방울과 보라색이

함께 어른거렸던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