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연어 -이병일
깊은 밤 하늘호수엔 잔뜩 물먹은 잔별들이 창창하다
오늘도 나는 잠들기가 무섭게 허가를 맞는다
불현듯 발긋발긋한 사과 한 알을 떠올리자
창밖엔 어김없이 사과꽃만한 눈송이들이 흩날린다
부석사 석등만한 사과를 칼등으로 툭! 쳐서 혼절시키자
왈칵왈칵 숨을 헐떡이는 연어가 비친다
급기야 연어는 제 속에 품은 은하수 냄새를 토해낸다
그때 나는 사과 속에 배 붉은 연어가 살고 있다는
외할머니 말씀을 떠올린다
사과꽃향기가 푸른 침묵으로 작은 물길을 놓는 새벽
연어새끼는 화관을 쓰고 있는 사과꽃방에게로
은빛꼬리를 치렁대면서 봄비처럼 꽃구경 나왔다가,
그리하여 꽃방에 숨은 봄날이 환장하게 펼쳐질 때
빠끔빠끔 주둥이를 들이밀고 꽃내음에 취하여
옴팍하니 누워 깊은 꽃잠 속으로 푸욱 빠져든다는
나, 맨발로 뛰어다니는 사과곷 눈발에 홀려있다가
부석사에서 올라온 사과 한 알을 기어코 깎아먹을 때!
연어는 잘 익은 잠과 꿈을 훌훌 털어내며
재빨리 은하계고으로 헤엄쳐가고 말았다
이제는 시과꽃망울만한 잔별들 맺힌 겨울밤이 꽃을 피운다
이병일 약력
-1981년 전북진안출생, 명지전문대학 및 서울산업대문예창작과, 중앙대 대학원 문학석사, 2007년 문학수첩 시 신인상과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ㅇ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함.
서울. 실크로드(S/S) 국제 문학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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