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200호 종이강에 그린 詩]-연어 -이병일

은빛강 2011. 4. 8. 02:24

[제20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연어 -이병일

 

깊은 밤 하늘호수엔 잔뜩 물먹은 잔별들이 창창하다

오늘도 나는 잠들기가 무섭게 허가를 맞는다

불현듯 발긋발긋한 사과 한 알을 떠올리자

창밖엔 어김없이 사과꽃만한 눈송이들이 흩날린다

 

부석사 석등만한 사과를 칼등으로 툭! 쳐서 혼절시키자

왈칵왈칵 숨을 헐떡이는 연어가 비친다

급기야 연어는 제 속에 품은 은하수 냄새를 토해낸다

그때 나는 사과 속에 배 붉은 연어가 살고 있다는

외할머니 말씀을 떠올린다

 

사과꽃향기가 푸른 침묵으로 작은 물길을 놓는 새벽

연어새끼는 화관을 쓰고 있는 사과꽃방에게로

은빛꼬리를 치렁대면서 봄비처럼 꽃구경 나왔다가,

 

그리하여 꽃방에 숨은 봄날이 환장하게 펼쳐질 때

빠끔빠끔 주둥이를 들이밀고 꽃내음에 취하여

옴팍하니 누워 깊은 꽃잠 속으로 푸욱 빠져든다는

 

나, 맨발로 뛰어다니는 사과곷 눈발에 홀려있다가

부석사에서 올라온 사과 한 알을 기어코 깎아먹을 때!

연어는 잘 익은 잠과 꿈을 훌훌 털어내며

재빨리 은하계고으로 헤엄쳐가고 말았다

 

이제는 시과꽃망울만한 잔별들 맺힌 겨울밤이 꽃을 피운다

 

이병일 약력

-1981년 전북진안출생, 명지전문대학 및 서울산업대문예창작과, 중앙대 대학원 문학석사, 2007년 문학수첩 시 신인상과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ㅇ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함.

 

 

서울. 실크로드(S/S) 국제 문학인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