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7. 25. 07:10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수국

 

 

이문재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 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가 부풀어 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

 

 

 

 

 

 

-시집『마음의 오지』(문학동네, 2007. 4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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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여름답게 하는 꽃, 수국

시인이 수국의 속성까지는

안 읽은 것 같은데

여름 땡볕에서마저

참 고요하다

빛을 멀리하는 꽃은 없다

꽃은 빛의 그늘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꽃말이 진심과 변덕이라

흙의 산도가

중성이면 하얀색

산성이면 청보라색

알카리성이면 연분홍색이 핀다네요

이리도 변해서 그런지

칠면화라고도 해요

여름날 절 마당에서

부처님 곁을 떠나지 않는 꽃

수국 보러 또 떠나야겠네요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