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9. 1. 16:1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고추잠자리

 

전영건

 

 

고추잠자리 자주 도리깨 끝에

꽁지 서곤 했다

 

아버지 그 도리깨로 꽁지 선 그대로

핏대궁 메밀대를 내리치면

 

촤르르촤르르

 

가을 햇살이 무너지면서

뿔 삼각형의

새까만 메밀을 뱉어 냈다

 

 

 

-시집 『나의 오배자나무』(생각과느낌,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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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시는 아버지와

메밀대 위에 위태로이 선

고추잠자리를 바라보는 어린 아들

이 두 장면에서

도리깨질과 그것으로 발생하는

고추잠자리의 생존과 꿈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우리는 힘과 폭력이 약자에게 가해지는 현실을

보게 된다

계절마저 가을이다

약자에게는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발점이다

밝은 배려가 필요하다

늘 바꾸어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