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9. 20. 23:1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파도

 

 

신달자

 

 

 

 

누가 저렇게 푸른 종이를 마구잡이로 구겨 놓았는가

 

 

구겨져도 가락이 있구나

 

 

나날이 구겨지기만 했던

 

 

생의 한 페이지를

 

 

거칠게 구겨 쓰레기통에 확 던지는

 

 

그 팔의 가락으로

 

 

푸르게 심줄이 떨리는

 

 

그 힘 한 줄기로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궁극의 힘

 

 

 

 

 

 

-시집『종이』(민음사,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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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만으로도 이 시는 파도의 역할을 다한 셈이다

푸른 종이가 구겨진 것처럼 보이는

파도의 속성을 생각하게 된다

파도의 꼭대기를 휘어잡고 있는

파랑들의 반란이

바다를 바다이게 하는 힘이 아닌가

바람 부는 날이면

파랑들은 더 날뛴다

푸르게 심줄 떨리는 모습이

만경창파에 가득하다

바다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푸른 종이를 구겨놓은 듯한

파도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