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해국, 꽃 편지
진 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 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던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어깨에도 해풍이 머물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던 게지요 그 때 그 가슴에도 섬이 되었다가 섬이었다가 섬으로 멀어졌던 게지요 이렇게 좋은 풍경,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면 순간 돌부처 되어 숨이 막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경이 되어버립니다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한 때 꽃이 되었다가 꽃이었다가 꽃으로 져버린 그대 내년에도 다시 오마던 꽃은 그 꽃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의 기억은 늘 다르게 적히는 편지라고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
여기 꽃그늘이 다음 해 그 꽃그늘은 아닐 것입니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다 보면 그리워서 또 가보게 되지요 지난해의 그 모습은 없고 새로운 꽃 편지가 쓰여진 걸 보고는 기쁨에 함박 웃지요 그러게요 이보다 더 멋진 시가 있을까요 절경인데, 혹하지 않을 자 있을라구요? 멋진 시를 읽었는데 내 마음보다 푸근한 자 있을라구요? 그럼에도 그때의 그 기억은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봅니다 이 가을에 마음에 남길 꽃 편지 한 장 받으러 그 바닷가에 가고 싶네요
詩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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