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집 사람 - 박 찬 현

은빛강 2012. 4. 11. 02:11

 

집 사람 - 박찬현

주춧돌 위해 기둥이 되었고
상량을 위해 우아하게 빼어난
처마의 곡선은 고결한 적삼이다
그 끝에 바람들이 대롱 이는 풍경
 
그 집안 안팎으로 가문을 닦고
사랑채 공경을 달보고 가슴 조이듯
샛별 하나 노리개로 품은 채
손떼 묻은 다식판 연꽃 여심

비단 같던 머리 하얀 파도이고
생각은 시집오던 꽃가마 속 수줍음
그 곱던 하얀 목련화가 생기를 잊었다
꽃가마 주렴은 매화가 되고, 복사꽃 되고

그 여인이 사뭇 안스러워
머리 맡을 지키는 그대
이른 새벽 기도로 빛을 영접하고
집사람 곁을 살피는 눈가에 젖은 물기

한평생 책을 들었던 손으로
죽을 쑤고 김치를 담그고...
피곤한 일상에 엎디어도 묵주를 잡는
그대의 고결한 연민, 주름진 골 빛의 얼굴

그대의 등짝에 날개가 솟았다
2012. 4. 11. 00:54 (수)

사진 출처: 이영규 페이스북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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