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씨팔!
배한봉
수업 시간 담임선생님의 숙제 질문에 병채는 <씨팔!>이라고 대답했다 하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으나 <씨팔! 확실한 기라예!> 병채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답했다 하네 처녀인 담임선생님은 순간 몹시 당황했겠지 그러다 녀석의 공책을 보고는 배꼽을 잡았겠지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병채의 숙제는 봉숭아 씨방을 살펴보고 씨앗 수를 알아가는 것 착실하게 자연공부를 하고 공책에 <씨8>이라 적어간 답을 녀석은 자랑스럽게 말한 것뿐이라네 세상의 물음에 나는 언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을 외쳐본 적 있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같은 삶이 나를 보고 씨팔! 씨팔! 지나가네
-『2011 제26회 소월시문학상작품집』(문학사상,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
이야기를 옮겨 쓴 형식을 취한 이 시 맛깔난다 묻은 때나 숨긴 흔적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진솔한 표현의 이 시 유명 시인이 이렇게 쓰면 괜찮은 시라 그러고 무명 시인이 이렇게 쓰면 아직 멀었다고 보통 그러지 않나요? 이것 또한 생각의 차이고 대접의 차이 같은데 독자가 읽어서 맘에 와 닿으면 그게 좋은 시편이지 시의 질이 어떠니 저떠니 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맞다
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쓰고 시, 누구나 느낄 수 있게 쓰고 시, 누구나 감동 받아 삶에 도움이 되게 써야 한다
시가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시인의 숙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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