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5. 1. 09:33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씨팔!

배한봉

수업 시간 담임선생님의 숙제 질문에 병채는

<씨팔!>이라고 대답했다 하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으나

<씨팔! 확실한 기라예!>

병채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답했다 하네

처녀인 담임선생님은 순간 몹시 당황했겠지

그러다 녀석의 공책을 보고는 배꼽을 잡았겠지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병채의 숙제는

봉숭아 씨방을 살펴보고 씨앗 수를 알아가는 것

착실하게 자연공부를 하고

공책에 <씨8>이라 적어간 답을 녀석은

자랑스럽게 말한 것뿐이라네

세상의 물음에 나는 언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을 외쳐본 적 있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같은

삶이 나를 보고 씨팔! 씨팔! 지나가네

-『2011 제26회 소월시문학상작품집』(문학사상,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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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옮겨 쓴 형식을 취한 이 시

맛깔난다

묻은 때나 숨긴 흔적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진솔한 표현의 이 시

유명 시인이 이렇게 쓰면

괜찮은 시라 그러고

무명 시인이 이렇게 쓰면

아직 멀었다고 보통 그러지 않나요?

이것 또한 생각의 차이고 대접의 차이 같은데

독자가 읽어서 맘에 와 닿으면 그게 좋은 시편이지

시의 질이 어떠니 저떠니 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맞다

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쓰고

시, 누구나 느낄 수 있게 쓰고

시, 누구나 감동 받아 삶에 도움이 되게 써야 한다

시가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시인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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