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6. 19. 08:0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창덕궁은 생각한다

정우영

내일을 향해 나는 낡아간다.

틀림없다, 미래를 향해 손 벌릴수록

나는 하염없이 낡아간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어김없이 낡는다.

새 생각일수록 흐려지는 것이다.

온전한 생각은 언제나 내 뒤에 있다.

뒤로 뒤로 더 멀리 갈수록 새롭다.

과거에 붙잡힌 내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라.

얼마나 발랄하고 아름다운가.

과거로 흘러가는 내 생각은,

참을 수 없이 활발한 원색으로 빛난다.

미래에는 오지 않는 미끈한 즐거움들이

머릿속을 신들린 듯 뛰어다닌다.

생각을 내일의 척후병으로 내보내지 마라.

좌절과 절망에 붙잡히고 만다.

차라리 내일에서 생각을 떼내 버려라.

단언컨대 희망은 등 뒤에 있고

사라진 기억들이 나를 이끌어간다.

그러니 오늘 여기를 사는 나는,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부질없는가.

-시집『살구꽃 그림자』(실천문학사,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

과거는 무너지고 없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인이 건네는 경고는 아름답다

오늘 여기서 과거로 생각의 여행을 떠나보라

나의 원점을 향하여 가멸차게 추적해 보라

갈수록 또렷해지는 모습에 내가 놀라지 않는가

반대로 미래로 가보라

우리는 지금 여기서 한 발자국도 맘대로 갈 수 없지 않은가

미래는 불확실한 것

그렇더라도 도전을 접어라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오늘이라는 미래에 가져놓고

이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제대로 보라는 거다

우리가 살아온 길이 과연 창조적이었는지

그리하여 지구를 아름다이 유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과거를 버린 이들이 저지른 일로 해서

지금 지구는 몹시 아프다

우리도 어쩌면 몹시 아프다 죽을지 모른다

어쩌겠는가, 희망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