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주의 창

[방주의 창]‘새 복음화’는 순교의 꽃2012-06-03

은빛강 2012. 10. 27. 20:23

[방주의 창]‘새 복음화’는 순교의 꽃 / 김창선

발행일 : 2012-06-03 [제2798호, 23면]

▲ 김창선씨
순교자의 땅

라일락 꽃향기가 정원을 메우고 아카시아 꽃향기가 산야를 누리는 오월이 오면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한국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이하던 1984년 5월 6일 새벽, 저는 걸어서 여의도광장에 들어섰습니다. 103위 시성식에 참례한 100만 신자들 틈에 끼어 있었지요. 평화의 사도,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김포국제공항에 내리시자마자 땅에 엎디시어, 우리말로 “이 땅은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 하시며 입 맞추시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선교사의 도움 없이 천주교를 스스로 받아들인 신앙의 선조들이 혹독한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생명을 바쳐 복음을 증거하고 이 땅에 빛을 밝혔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회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와 최양업 토마스 사제에 대한 시복시성 청원을 교황청에 제출한 후 함께 기도하며 순교자현양사업을 전개하고 있지요. 순교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가슴 뿌듯합니다.

한반도에 조선대목구가 설정된 1830년대 후반에 신자 수는 9,000명(인구의 0.1%)에 불과했지만, 한국전쟁 후인 1953년에는 1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천주교회통계(2011)를 보면, 현재 가톨릭신자 수는 총인구의 10.3%에 달하는 531만 명이고, 사제의 수는 4,655명, 수도자 1만 1,667명이며, 해외선교활동을 위하여 77개국에 899명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자 수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3%씩 증가하여 인구의 10%를 갓 상회하였지만, 그 증가율이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고, 주일미사를 비롯한 성사생활의 참여가 감소되고 있으며, 신심단체 활동이 저조하고, 차세대로의 신앙전수의 지표인 유아세례, 첫영성체, 주일학교의 참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돌이켜보니 ‘제 탓’이기도 하기에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선조들 순교신심 본받아

최근 우리 교회에 ‘새 복음화’의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참 기쁩니다. 이는 압축된 성장과정에서 배금사상이 팽배하여 삶의 가치관이 전도되어 생긴 사회의 고질병을 치료하는데 우리 교회가 나선 생명문화운동이지요. 어둡고 썩어가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신자들이, 순교영성을 본받아 기도와 성사생활 및 애덕의 실천을 통한 내적쇄신으로, 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알렐루야!’ 소리가 드높은 부활시기를 보내고, 이제 교회는 오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굳게 닫힌 창문이 열리고, 예수님께서 오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십니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제자들에게 숨(생명)을 불어 넣어주시고, ‘성령을 받아라’하시며 은총의 선물을 주셨기에 성령의 시대가 열리어 교회공동체의 생명이 활기를 찾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지요.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새 복음화의 대열에 나선 우리는 성령의 은총을 누리며 성숙한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세상풍조에 물들지 않고 축복받은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은 선조들의 순교신심을 본받아 성실한 신심생활과 선교사명을 준수하여 순교의 꽃을 가꾸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생명을 바쳐 신앙의 진리를 증거한 성인의 삶을 배우고 성지순례를 다녀보면 신앙의 진리가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임을 압니다. 사제생활 일 년만에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참수되기 전 “영원한 행복을 얻고자 원하시면 천주교신자가 되십시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해마다 7천리의 길을 걸어서 강산에 산재해 있는 127개 교우촌을 찾아 성사를 집전하시느라 발바닥이 닳도록 땀을 흘리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도 계십니다. 서소문에서 참수 당하신 성 정하상 바오로는 성직자 파견을 청원하고자 중국을 12번이나 왕래하셨고, 박해를 막으려고 상재상서(上梓相書)를 쓰신 분이시죠. 성인들 외에 무명의 순교자도 무수합니다.

마음의 평화 얻기 위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느 종교를 택하겠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성당을 다니고 싶어 합니다. 이제 선교의 어장에 평신도들이 어부로 나설 때입니다. 예비신자들에게 교회에 나온 동기를 물어보았더니, 과반수 이상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를 믿으면 평화가 깃듭니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요, 깨달아야 할 진리이며, 우리가 가꾸어야 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김창선(세례자 요한)씨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했고, 현재 서울 우이동본당에서 말씀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창선 (세례자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