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주의 창

[방주의 창] 가난이 재산이다 2012-07-01

은빛강 2012. 10. 27. 20:26

[방주의 창] 가난이 재산이다 / 김창선

발행일 : 2012-07-01 [제2802호, 23면]

어려운 세계경제

요즈음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금융시장도 불안하다고 합니다. 쌍둥이(재정과 무역) 적자국인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 사태에 이어, 유럽은행들의 자금차입난으로 유로존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일본, 미국,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국가채무규모가 막대합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채무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3%에 달합니다. 일본은 200%를 상회했고, 그리스, 포르투갈, 이태리는 100%를 상회했으며, 미국과 프랑스도 100%에 근접한 실정입니다. 쉽게 말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내총생산을 다 쏟아부어도 나라의 빚을 갚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중국도 지방정부의 대규모 부채로 고민 중입니다.

국가채무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2011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420조7천억 원(GDP 대비 34%)에 달하는데 이는 국민 한 사람당 약 845만 원꼴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6.14)에 의하면 가계부채규모는 GDP의 81%에 이른다고 하니, 이는 국채보다 더 심각한 ‘시한폭탄’인 셈이지요.

1997년 12월 3일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여, 3년 만에 차관자금을 전액상환 할 때까지 겪은 파노라마를 기억하시는지요? 정권교체에 이어 수많은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당했고, 대량해고로 황당한 퇴직을 당한 이들은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으며, 정부도 엄청난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고난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외채를 갚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소유하던 반지나 금붙이를 나라에 기부한 금모으기 운동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었죠. 약 350만 명이 참여하여 227톤의 금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 때 ‘더욱 생각나는 사람’ 이 한 분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개발과정에서 누적된 만성 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켜 경제안정의 초석을 놓았고, 정보통신혁명으로 경쟁력을 키운 시책을 입안하신 분입니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는 일화의 주인공인 이분은 자신의 구상을 남에게 설득시킬 때 항상 그의 사무실에 걸린 작은 칠판이나 메모지를 사용하셨어요. 이분이 30년 전에 쓰신 메모 내용을 여기 옮겨봅니다.

“부자가 되는 길 :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씀씀이를 줄임. 저축한 돈으로 투자 하고 성장하면 과실은 분배. 품질향상으로 가격하락과 경쟁력 강화. 기업도 내부자금으로 투자.”

이 혜안이 실행에 옮겨져 1983년도 정부지출이 단 1원도 증가되지 않은 동결예산을 낳았고, 적자재정도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습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나라경제에 혼신을 다한 이분은 아웅산 참사 때 45세의 일기로 귀천한 신앙인이셨습니다.

씀씀이 줄여 바른 소비생활 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세계적인 석학이나 대가들의 비책은 없는지요? ‘금모으기’나 ‘국채보상운동’을 다시 전개해보면 어떨까요? ‘빚잔치’로 해결될 일도 아니니, 가계나 국가가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하여 부자가 되는 길이 정석이겠지요. 2010년 OECD 회원국의 평균저축률이 7.1%인데, 한국은 2.8%로써 최하위입니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인 1970~80년대의 저축률도 20~30%였는데 말입니다. 지난날 우리는 들판에서 벼나 보리이삭을 주웠고 몽당연필도 볼펜자루에 끼워 썼었습니다.

위기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빚 문제가 시한폭탄임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씀씀이를 줄여 가난한 삶을 살기로 과감한 결심을 할 때입니다. 수입범위 내에서 지출을 해야지 빚을 낸다는 것은 후손의 돈까지 앗아 쓰고 그들에겐 빚을 안겨주는 셈이지요. 욕망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하느님을 떠나게 만듭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하신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것을 사용해야 하지만 세상의 노예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비싼 옷, 고급음식, 호화주거로 체면을 세우려는 삶은 존재의미를 상실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기에 가난이 재산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교회도 사회복지나 구호활동에서 더 나아가 바른 소비생활로 씀씀이를 줄이는데 모범을 보이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 말씀을 따라 섬김과 나눔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재를 지키는 좋은 문화를 간직하고 있지요. 이 어려운 시기에 가난한 이웃을 위해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하신 단식의 10분지 1이라도 봉헌하겠다는 결심으로 한 달에 한 번 금식재를 지키는 자발적 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요?



김창선(세례자 요한)씨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했고, 현재 서울 우이동본당에서 말씀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창선 (세례자 요한·서울 우이동본당 말씀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