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12. 13. 20:1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아득한 길 2


이태수



저 강을 건너야 한다

징검다리도 나룻배도 없지만

미망이 시간을 더 들어 올리기 전에,

종이 다시 무겁게 울기 전에

건너가야 한다. 물길이 아무리 도도해도

안 보이던 길이 기지개 켜는

강의 저쪽으로 건너가야 한다.

지나온 길 지우며 둥글게 거듭나는

간밤 꿈속의 그 오솔길 더듬어

나를 가로막은 저 강을 건너야 한다.

미망이 강의 이쪽을 뒤덮기 전에

젖은 북이 더 젖어 울기 전에,

다가오다가는 이내 멀어지는

강 너머 아득한 저 허공의 길을.



-출처 : 시집『침묵의 푸른 이랑』(민음사,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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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생명에 관한 한 선택의 길은 없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일이 선택사항이 아니듯

미망에 허덕이는 삶이라면 더더구나 선택은 없다

죽어서 좋은 데 가는 것은 소망사항이다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귀 따갑게 들었을 테다

세상의 물길은 도도해서

나를 바로 살게 두지 않는다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유혹의 덫에 걸리게 된다

그 강을 건너기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강 건너 아득하나 빤히 보이는

저 허공의 길에 들어서기가 힘들다

지나온 길 수없이 지우며 살아도

참회의 길은 외롭고 뼈를 깎는 길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