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3. 1. 25. 15:1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水踰里에 살면서


박시교



수유리에 살면서 내 가장 즐거운 날은


밤새 비 내려서 계곡물 넘치는 때


그 소리 종일 들으며 귀를 씻는 일입니다


어떤 때는 귀 혼자서 고향 냇가 다녀도 오고


파도소리 그립다며 동해 나들이도 즐기지만


이날은 두 귀 하나 되어 꼼짝도 않습니다


수유리에 살면서 安貧이란 옛말을


새록새록 곱씹을 때도 바로 이런 날입니다


당신도 들었으면 해요, 귀 씻는 저 물소리




-출처 : 『현대시학』(2006. 8)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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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든

먹을 만큼 있고 쓸 만큼 있으면

더러 나누기도 하고

평화롭게 살 일이다

수유리에 살면서 비 온 날

화자가 귀를 맑은 물소리에 씻을 수 있어

행복에 겨워한다

옛사람의 가르침

부족한 가운데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安貧을 살게 하는 의도는 눈물겹다

이런 사상이면 무욕에 가깝다

새록새록 곱씹어 볼 일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