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프란치스코 교황님

로메로, 시성된다

은빛강 2013. 4. 30. 23:44

로메로, 시성된다

 

 

입력일 :2013.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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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곧 시성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성인이 되는 데 필요한 2번째 기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별로 놀랄 소식이 아니다. 8년 전에 그가 죽자마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성을 합창했으며, 베네딕토 16세는 (시성 대상자가 죽고) 시성절차가 시작되기에 필요한 5년의 유예기간 조항을 면제해줬다.

그러나 이제 교황이 된 지 겨우 6주밖에 지나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랫동안 막혀 있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절차 개시를 승인한 것은 그가 앞으로 무엇을 중요시할지를 잘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뉴스다.

예수회 신부인 보스턴대학의 하비 이건 명예교수는 “성인이라는 것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 그리고 이미지와 관계가 많다”고 한다.

“나는 남미 출신인 현 교황이 로메로와 같은 성향을 갖고 있으며 그의 시성절차를 승인하는 것에 그리 놀라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반구 출신 첫 교황으로 선출된 거의 바로 직후부터 로메로의 지지자들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가난한 이에 대한 헌신을 강조해 온 그가 로메로가 마땅히 성인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믿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내왔다.

로메로는 군부독재 하 엘살바도르에서 가난한 이들과 인권을 소리 높여 옹호했다. 그는 (영화 로메로에 나오는 것처럼) 1980년에 한 우익 암살자에 의해 미사 집전 중에 암살됐다. 그는 곧바로 순교자로 간주됐으며, 사회정의를 위하고 압제를 반대하는 교회의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러나 교황청은 이러한 흐름을 경계했다. 요한바오로 2세와 그 밑의 신앙교리성 장관 라칭거 추기경(나중에 베네딕토 16세)은 로메로에 대한 신심은 해방신학과 같은 좌파적 주장에 너무 가깝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로메로의 시성절차는 내내 지지부진했다. 절차는 1997년에 공식 시작되었으나, 절차를 맡은 이들조차도 아무 진행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갑작스레 사임하고, 더 놀랍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뒤, 교황청에서 로메로 시성을 담당하던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는 4월 21일 자신이 20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으며 이제 로메로의 시성절차에 대한 “장애는 해제”(unblock)되어 진전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로메로는 암살됐기 때문에, 그가 순전히 정치적 이유라기보다는 신앙 때문에 죽임당했다고 교황청이 결정한다면 그는 순교자로 선언될 수 있다. 순교자로 분류되면, 교회는 일반적인 시성절차에 따른 규정을 면제하고 그를 복자로 선언할 수 있다. 그 뒤에는 그에 관련된 기적 하나만 확인하면 시성될 수 있다. 순교자가 아닌 경우는 2개가 필요하다.

현대에는 “기적”은 대개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질병 치유가 기적으로 인정된다. 2005년에 한 프랑스 수녀가 요한바오로 2세의 전구 기도를 통해 파킨슨병을 나은 것으로 인정됐고, 이를 근거로 요한바오로 2세는 2011년에 시복됐다. 그리고 지난주에 한 이탈리아 가톨릭 잡지는 교황청의 7명으로 구성된 의료전문가 위원회가 한 익명의 여인이 (요한바오로 2세의 전구 기도를 통해) 기적적으로 치유됐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는 빠르면 그의 교황선출 25주년이 되는 오는 10월에 그가 시성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요한바오로 2세와 로메로를 묶어서 시성한다는 시나리오는 깜짝 놀랄만한 것인데, 하지만 성인 만들기의 정치학에서는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다.

요한바오로 2세 자신도 2000년에 교황 비오 9세와 교황 요한 23세를 함께 시복한 바 있다. 비오 9세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를 여는 등) 19세기에 완고한 전통주의자로서 현대화에 반대했던 인물이고, 요한 23세는 그 반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를 소집하고 교회의 현대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또한 2009년에 베네딕토 16세는 2차대전 중의 (나치 협력 문제로) 논란이 많은 비오 12세와 유대인들의 친구로 알려진 요한바오로 2세의 시성절차 개시를 동시에 발표한 바 있다.

해방신학의 수호성인과 그 해방신학을 억누르려 했던 교황을 함께 시성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역대 교황들 가운데 가장 비의례적인 교황으로 모습을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 원문: Pope unblocks S. American martyr& #39;s cause for sainthood

By 가톨릭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