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마음의 문

은빛강 2013. 11. 25. 03:38

마음의 문

 

이탄(李炭) 시인은

"한 마리의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속에서 본다."

-詩集 옮겨 앉지 않는 새중에서-

 

이제는 낯선 창호지를 밀어 내고

유리창 너머로 쏟아져 내려앉는

저녁 햇살들의 종종 걸음을 보며

'옮겨 앉지 않는 새'를 기억에서 끄집어낸다.

 

더러 몸서리 처지던 세월 풍경

하 많은 면역세포로 다듬어진

어수룩함과 침묵이 석연찮게 손잡고

항변 없이 시간 위에 나란히 앉았다.

 

한 세월 유통분만으로 평화를 낳고

한 평생 강이 흘러 간 자리이듯

고락의 흔적 덮은 채 오늘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의 고운 침묵은

한 마리 옮겨 앉지 않는 새

 

자비로운 마음의 문 거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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