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약
성탄 낯 미사를 참례하고 나오던 길
어느 중년 남자가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소연을 외치며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술 취한 사람이려니 했지만
머리를 비집고 들어 온 모습은
삶에 완전히 눌려버려
핍진한 바닥에서 일어나는
서러운 오열 줄기였습니다.
삶은 누구나 한 치 앞을
절대 가늠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늘 조심스런 마음가짐을 여며 입고
내가 아닌 남을 너무나 쉽게
조율하는 마음들을 살 거죽 벗기듯이
깎아 내야 합니다.
그 상처 위에
아픔을 나누고 토닥이는
진정한 염려만이
세상을 이기는 치료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손쉬운 것들은 모두
해악을 낳는다고 또한 생각합니다.
많이 아파 본 상처투성이인 자가
진정한 사랑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고통의 쓴 맛을
분명히 아는 이들이니까요.
마음에 있는 것이 입으로 나오니
부디 염려의 따뜻한 언어만 지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비루한 주변을 향해
달콤한 약이 되길 빌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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