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치유의 약

은빛강 2013. 12. 26. 20:55

치유의 약

 

성탄 낯 미사를 참례하고 나오던 길

어느 중년 남자가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소연을 외치며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술 취한 사람이려니 했지만

머리를 비집고 들어 온 모습은

삶에 완전히 눌려버려

핍진한 바닥에서 일어나는

서러운 오열 줄기였습니다.

 

삶은 누구나 한 치 앞을

절대 가늠 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늘 조심스런 마음가짐을 여며 입고

내가 아닌 남을 너무나 쉽게

조율하는 마음들을 살 거죽 벗기듯이

깎아 내야 합니다.

그 상처 위에

아픔을 나누고 토닥이는

진정한 염려만이

세상을 이기는 치료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손쉬운 것들은 모두

해악을 낳는다고 또한 생각합니다.

많이 아파 본 상처투성이인 자가

진정한 사랑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고통의 쓴 맛을

분명히 아는 이들이니까요.

 

마음에 있는 것이 입으로 나오니

부디 염려의 따뜻한 언어만 지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비루한 주변을 향해

달콤한 약이 되길 빌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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