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속 외침

163 - 믿음의 사람들

은빛강 2016. 11. 22. 23:56

 

 

[믿음의 사람들]

<163 - 2016. 11. 23. 수>

 

우리가 세상 속에 살면서

이루어 내는 우리의 사명을 두고

이를 수치로 환산하고 통계로 결과를 살펴보자고

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가?

얼마나 많은 이를 낫게 했는가?

얼마만큼의 기쁨을 창출해 냈는가?" 라고

물어오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막연할 뿐이고,

그저 별반 내세울 것도 없음을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다.

 

세계인구 60억 중에 가톨릭만이 아닌

그리스도교라 이름하는

온갖 종파들까지 망라한다 하더라도

아직 그리스도의 "그"자도 들어 보지 못한 자가

96%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많이?" 혹은 "얼마나 빨리?" 라는

잣대로 묻고 재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측정함에 있어

"어디에서?" 그리고 "언제?" 라고 묻고 싶다.

 

우리는 이 악마와 어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그리고 '지금' "그분"께서 살아 계시며,

우리와 함께 살고 계시고,

죽음의 힘을 넘어 영광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셨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믿음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와

말씀과 성찬의 식탁 둘레에서

"그분"을 기억하여 매일 예식을 행하고

서로서로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믿음의 사람들은

짐짓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뻐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죽어가는 이에게 조용한 미소를 전하고,

외로운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믿음의 사람들은

매일의 조용하고 감추어진 작은 사건들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갈지를 굳게굳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헨리 나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