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죽는다.]
<291 - 2017. 5. 9. 화>
하느님께서 만드신
많은 아름답고 선한 것들 가운데서
다른 것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째서 이겠습니까?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21.5)
라는 성서의 말씀이
바로 이 죽음의 순간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죽음을 사랑합니다.
내게 다시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죽음을 사랑합니다.
부활을 믿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죽음에 관심이 있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 부동상태로
또는 굳어져가는 상태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면,
믿기 위해 쏟아 부은 나의 모든 수고와
모든 희망을 희생시킨 이 믿음에 대한 희망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을 믿는다" 고 말합니다.
아니 외칩니다.
여기서 다시 내가 최근에 발견한
한 가지 비밀을 말하겠습니다.
죽음의 철퇴가 나를 올리브 열매처럼
으스러뜨리는 그 순간 나는 삶의 이유
전부를 깨달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이제야 나는 어째서 죽음이 우주 전체에서
참으로 위대한 실체인지를 깨닫습니다.
죽음 안에는 생명의 비밀 자체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놀라움에 찬 감탄사가
내 존재로부터 튀어나갈 것입니다.
"내 영혼아, 그대 동요하지 말아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앞을 바라보고, 다시 한 번 웃어라."
태초에는 성령께서 혼돈 위에 내리셨고
하느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셨다면,
지금은 성령께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시기 위해 다시 오시어
우리 위에 내리십니다.
(보이지 않는 춤 중에서)
※사진: 김경상 작. 수도자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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