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두고 왔을까
설록 박 찬 현
사진: 배봉균 교수님 작
어디에 두고 왔을까
팔 벌린 나무 가지 사이에
쉬고 있는 구름에겐 먼 바다 내음 뿐
바위산 허리춤에 매달린 바람에게는
반도를 훑어 내린 절인 땀내음 뿐
어디에 두고 왔을까
가슴을 누르던 답답한 무게는
손상된 기억이 머리를 헤쳐 풀고
희미한 그리움을 안고 울던 시간들
창호지에 가둔 붉은 단풍잎도 모른다네
어디에 두고 왔을까
빗방울에 가득 들어앉은 저 코스모스
하늘거리며 슬픈 미소 베어 문 사랑아!
내 너를 어디에 두고 왔을까
사진: 배봉균 교수님 작
어느 가을날 비가 내린 후 걸어 본 국도
그 길에는 코스모스꽃들이 끝도 없이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었다.
떨어질듯 맺힌 빗물 방울에 반추된 코스모스꽃
그들은 꼭 누군가를 그리워 도로변까지 마중 나온듯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 지난 시간 속에 갖혀버린 소중한 기억들
지금은 아무리 되 짚어봐도 그때 그 기억이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 너무 멀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가을이면 문살에 바르던 창호지 속에 발간 단풍잎 떼다가 덫붙이듯
그 기억들은 그렇게 창호지 안에 가둔 잎새들이다.
단지, 가슴만 왠지 아리고 더 이상 아무런 아름다운 기억들이 살지 않는다.
그것이 그냥 서글프다.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