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어디에 두고 왔을까

은빛강 2009. 9. 9. 22:06

어디에 두고 왔을까

                                          설록 박 찬 현

                                                                                    사진: 배봉균 교수님 작

어디에 두고 왔을까

 

팔 벌린 나무 가지 사이에

쉬고 있는 구름에겐 먼 바다 내음 뿐

바위산 허리춤에 매달린 바람에게는

반도를 훑어 내린 절인 땀내음 뿐

 

어디에 두고 왔을까

 

가슴을 누르던 답답한 무게는

손상된 기억이 머리를 헤쳐 풀고

희미한 그리움을 안고 울던 시간들

창호지에 가둔 붉은 단풍잎도 모른다네

 

어디에 두고 왔을까

 

빗방울에 가득 들어앉은 저 코스모스

하늘거리며 슬픈 미소 베어 문 사랑아!

내 너를 어디에 두고 왔을까

 

                                                                    사진: 배봉균 교수님 작

 

  어느 가을날 비가 내린 후 걸어 본 국도

그 길에는 코스모스꽃들이 끝도 없이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었다.

떨어질듯 맺힌 빗물 방울에 반추된 코스모스꽃

그들은 꼭 누군가를 그리워 도로변까지 마중 나온듯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 지난 시간 속에 갖혀버린 소중한 기억들

지금은 아무리 되 짚어봐도 그때 그 기억이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 너무 멀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가을이면 문살에 바르던 창호지 속에 발간 단풍잎 떼다가 덫붙이듯

그 기억들은 그렇게 창호지 안에 가둔 잎새들이다.

단지, 가슴만 왠지 아리고 더 이상 아무런 아름다운 기억들이 살지 않는다.

그것이 그냥 서글프다. 이 가을에......,                       

 

 

 

 

 

 

 

'내 작품방 > 詩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이야기-1  (0) 2009.10.08
아직 그곳에 서 있는 바람아  (0) 2009.09.14
길 위의 눈물  (0) 2009.08.21
바람 나들이  (0) 2009.08.12
그리움  (0) 200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