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배웅
설록 박 찬 현
노을 진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이슬을 밟고 중천을 건너
떫은 감을 아름 안은 채
귀가하는 발걸음 걸음이다
반투명한 홍시가 익어가는 것
떫음의 불협화음을 편히 벗었기에
한 아름 홍시 닮은 노을은
시간의 마디를 잘라 낸 풍경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비록 다듬어지지 않은 세월 흘려보내며
황혼을 바라보는 언덕이나 바다에서 연례행사처럼
지나 온 길을 잠시 돌아보면 후회 막심한 일들도 많고
그냥 엷은 미소를 베어 물게 하는 유쾌한 기억들
그렇게 회한의 굴절마다 추억의 조각들을 생각으로 만져 본다.
한 해를 마무리 지을 즈음, 늘 무엇을 하였는가에 골똘해진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 좀 더 도드라지게 만져 지는 것들이 있다.
더러는 가슴 아프게 또는 저리도록 울려오는 것들
예상 할 수 없는 미래 보다 지난 흔적이 오히려 암울하다.
다가오는 것들에 관하여서는 조율의 공간이 남아 있지만
이미 지나 간 것들에 관하여서는 그저 놓여 진 대로
그것들에 관하여 성찰을 할 뿐, 정돈의 여지는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