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호 종이강에 그린 詩]
꽃절
구석기-김종제
진흙위에
주춧돌을 얹어놓고
나무기둥을 세워
단청한 기와지붕의
절 하나 지었는데
큰비 지나간 뒤에 찾아가니
물위의 연꽃 한 송이
절 한 채 숨겨놓고 있어
꽃살문을 열고 들어서니
부처의 살점이
햇살에 뚝뚝 떨어져나고 있었다
물속으로 가라앉은
절의 뿌리를 더듬어 내려가니
등칡처럼
당신의 팔과 나의 팔이
나의 다리와 당신의 다리가
핏줄로 이어져있어
동시에 만개滿開하고 있었다
꽃속인지
절속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육신을 물에 축축하게 적셔
진흙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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