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51호 종이강에 그린 詩]-한 줌의 밥을-전재성-제노비아

은빛강 2010. 9. 13. 13:30

[제51호 종이강에 그린 詩]

 

한 줌의 밥을

전재성-제노비아

 

삶의 즐거움 중

무시 못할 식욕 때문에

뜻 없이 시계만 보다가

때 이른 식간食間에

어린애 되어

한 줌의 밥을 안고

행복감에 젖어진다

 

밑 바닥에 깔린 밥그릇이

아쉽기만 하는데

너무도 꿀맛 같아

씹는 것도 잊는다

 

허기진 공간이 아득하여

고통만큼이나 힘들구나

내 초라한 모습과

뭉개진 체면이

푼수가 되어

부엌을 맴돌다 날은 저물고

보고도 못먹는 서러움 [90년 3월]

 

*시집[한 가닥 불꽃을 안고] 중에서

*전재성 시인님이 깊은 병환을 극복하시며 그 여백에 쓰신 시집입니다.

-이 시집을 마음에 그려 넣으면서 나는 참 많이도 울었다.

인간의 고뇌와 번뇌는 여러 종류이긴 하지만, 각 사람에게 맞닥뜨리는 힘겨운 일은 그 각 사람에게 크나 큰 아픔이기에...

새로 난 머리 올은 하얀 파도를 인 세월이셨지만 고운 자태 안으로 흐르는 그분의 아픔은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아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