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제58호 종이강에 그린 詩]-내일은-박찬현

은빛강 2010. 9. 16. 23:26

[제58호 종이강에 그린 詩]

 

내일은

박찬현

 

창가에 드리워진 발 사이로

황금 햇살 직조로 짠 카펫

그 위로 가볍게 지나가는

내 유년의 그림 조각들

오래 잊었던 그리움

세월 벽장에 넣어 둔 낡은 사진

양 갈래로 땋은 머릿결 너머

이름조차 가물 해 진 설레 임들

간만의 달콤한 여유에

해묵은 책갈피에서 시간 압축한

네잎클로버 그 속에 꿈으로 비상하던 그림

지금은 모습 간데없이 추락한 것들

도서관에 얌전히 앉은 책들이 삶이란 문을

열어주는 줄 알았던 시절

초조한 시계 추아래서 조석의 빛과 그림자 찾고

왕소금에 절인 현실은 양심 앞에서 곧게 서려 애 쓰고

기진해 잡은 것은 웃기는 광대

홀로 삼켜야 하는 것들이 그래서 많아졌다

드리운 햇살 사라지고

가엾은 유년은 꼭꼭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