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오늘
박찬현
갑옷을 껴입고 오늘과
대적을 하는 칼날은 서슬 퍼렇고
온몸을 씻어 내리는 구슬 땀
안구를 절이는 왕소금 푼 물
한 치의 양보가 숨을 거두어 가는
검은 바람 사자(死者)의 마차(馬車)
파리한 주검들 사이에서
비릿한 냉기를 들이킨다
점잖은 것이나, 온유한 것이나
벼리어 둔 칼날을 피해 갈 수 없는 법
정당한 값을 치루고
미련부스러기조차 남기지 않은
나는 흙에 섞일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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