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호 종이강에 그린 詩]
바람의 힘
박 찬 현
바람 속에 계절이 걸쳐 있고
계절 속에 가슴 저린 눈물 배어 있다
마주 걸어오는 시간 곁으로
물빛 감추고 사라지는 시간
오장육부를 관통하는 허무
당장 눈앞에 가로 놓인 현실
바스러지는 온몸의 고통
공허한 초침이 아득하게 들려온다.
삶의 무늬는 대동소이한데
메스로 낱낱이 해부조차 하지 않은 채
참담한 시궁창 몰이한 비열의 군림
육신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운데
가을바람은 쑥부쟁이 휜 허리만 늘어 잡고 있다.
물 먹은 솜은
일어나고 또 다시 일어나도
눈 앞은 그저 어둠 뿐
온 집안을 울리는 전화 벨 소리
기진 해 어둠에 가라앉고...
눈을 떴을 때
내려 앉던 하얀 햇살
이제는 더 이상 신경쇠약에서 영영 못 벗어 나는 것일까?
집회서, 한 줄이 눈에 들어 온다
"병들어 아픈 것 보다 죽는 것이 더 낳다."
정신적 매질이 이토록 오래 주검의 경계선을 넘나들게 하는 줄 내 몰랐다.
하여, 가능하면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은 기어이 신경줄을 흩어 잡아 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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