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82호 종이강에 그린 詩]-물병 옆 자두 한 알--최빈

은빛강 2010. 10. 29. 17:48

[제82호 종이강에 그린 詩]

 






물병 옆 자두 한 알--최빈




저기, 어제 먹은 자두가
오늘 마신 물병 옆에서
자꾸만 익어가는 것 좀 봐
햇빛이 없어도
스스로 달아올라 광합성을 하잖아
네가 먹고 그가 먹고 그녀들이 먹어도
이빨자국 하나 없는
내일을 닮았잖아

자두가 탱탱해질 때마다
물병이 움찔대고 있어
물은 물에게 흐르고
자두는 자두에게 흐르지만
어느새 물이 자두를 닮아가고 있잖아

물 속에 저렇게 새콤한 혈관이 있었다니!

물병 옆에 있는 나 좀 봐
아무리 깨물어도 흠집나지 않는
저 자두 좀 봐





*시는 포항문학 (2007 상반기)에서 고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