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97호 종이강에 그린 詩]-우리 기쁜 절벽 -- 서규정

은빛강 2010. 11. 21. 01:45

[제9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우리 기쁜 절벽

-- 서규정


서둘러 가는 것은 길이 아니라 도착이었다.
길가에 나온 사람들은 먼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끝이 없는 길
잘 가라고 인사는 건넸다.
어디선가 직각으로 꺾일 것 같은 길 위에서
무엇인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불고 덮였다. 꽃들이 피어났다.
사람들이 꽃처럼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지만 오래오래 덮이기를 바란다.
아직도 좁다. 성냥개비처럼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을 깜박 밝힌 죄로
스스로의 목을 매달고 처형된 불꽃
무죄의 그늘이 흔들릴 때
숨어 있다
온 누리를 비치는 먼동이 되는 것.
아마 내일은,
땅은 정정한 햇빛에 의해 뜨거워졌으며
길들은 모두 활개를 치며 떠난다.
정오의 길은 늘어진 탓에 늦게 떠나지만
출발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합 대신
고속도로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바쁘게 가는 길은 푸드득푸드득 광고들이
놀라 깨어난다, 길이 끊어진 이 세상 최후까지
까악까악 브레이크 밟는 소리로 살아 남을
까마귀떼.
산업국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반듯하다
그대 슬픔의 뼈.
우리 기쁜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