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96호 종이강에 그린 詩]-귀신이 밥을 하고 있다--이동재

은빛강 2010. 11. 21. 01:22

[제96호 종이강에 그린 詩]







귀신이 밥을 하고 있다

-이동재



어머니가 집을 비운 며칠
날마다 그냥 입으로 들어가던 밥이 걱정이었다
그런 새벽이었을 거다
스르르 스르르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얼마 후 뿌뿌 김을 내뿜는 소리도 나고
밥 냄새도 난다
부엌엔 엄마가 없다 우렁각시도 없다
바쁜 아내는 아직 한밤중이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저거로구나 저게 바로 그거로구나
강증산이 귀신이 밥을 하는 시대가 오리라더니
저거였구나 밥솥귀신이었구나
후천 세상에선 귀신이 밥을 하리라더니
우리집 부엌이 후천 세상이었구나
귀신같이 밥이 되는구나, 어허! 쿠쿠.




*시는 시안 겨울호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