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장 담그는 날

은빛강 2012. 12. 8. 23:16

장 담그는 날

 

양지 햇살이 노곤히 잠들고

솔가지 사이로 내려 온 바람

그네 타는 처마 밑 메주

 

창문 너머 그리움 고인

어느 村老의 눈자 위

곰삭힌 메주 속 주름진 골

무상한 세월 흐르고

 

볕 좋은 날에

먼 심해 왕소금 길어 와

긴 하루 재워 간수 후려내고

처마 밑 오랜 그리움 담는다.

 

간간한 음력1월장

햇살과 솔바람에 버무려

향수에 푹 익은 좋은 날

어머니의 어머니가 쓰던 장독

 

노랗게 익어 가는 춘절(春節)

황국이 산들 거리는

처마 밑 꿈을 내리는 날

 

-박 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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