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보리밥
보리밥을 지을 때
보리쌀은 한 차례
푹- 삶겨 내어서
가마 솥 맨 아래
삶은 보리를 펴고
그 위에 쌀을 안친다.
한 번만 삶은 보리는
탱글탱글하여 편치 않다
가마솥이라 할지라도
푹 퍼지고 또 퍼져서
감칠맛이 나는 보리밥이다
퍼질 대로 퍼져야
비로소 제 모습 찾는
보리는 이른 봄부터
보리 싹이 꼭꼭 밟혀야
구성지게 일렁이는
푸르른 보리밭 들녘이다
밟히고 푹 퍼져서
고운 맛내기 민심이 되는
보리이삭은 오뉴월
전원을 배부르게 익혀간다
담 너머 인정으로 넘나드는
보리들의 행렬
그저 알찬 것은 오늘이 아니라
오래전 뿌리 내리며 낮아진 것
온몸으로 헌신하는 민족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