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20-기억이 살고 있는 종소리

은빛강 2012. 12. 26. 23:06

 

20-기억이 살고 있는 종소리

많은 기억 가운데
뇌리에 좌중한 것은
아주 특별한 것이다.

성장한 마을에 교회가 있었고
잘 알고 지내는 이웃 아저씨가
새벽마다 교회 종의 줄을 당겨
무쇠로 된 종을 친다.

그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마음을 맑게 했다

어느날
그 아름다운 종소리가
아주 길게 마을에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이 주검을 맞아 했다는 것

아, 그 종소리가
그 다음부터 슬프게 젖어 왔다.
당시에는
결핵 환자들이 주검으로
교회에서 이승과 마감을 했다
어느 요정 집 예쁜 아씨들도,
기억에 남는 육손 을 가진
요정 집 아름다운 여인도

그 후로 오랫동안
종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그 여인들을 기억해야 했다.

성장해서 명동성당 앞을 지나칠 때
울려 퍼지던 종소리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숙여 올리던 기도
궁금했다.
교리를 받으면서 암송한 삼종기도라는 것,
올케가 명동에서 드레스 숍을 할 무렵
종소리가 듣고 싶어 시간 맞추어 달려 간

아마도 종소리가 나를 성당으로
유인하지 않았나 싶다.

심안에 오래 동안 여울져 남은
종소리가 지닌 이야기들
이제는 사진으로 봐도
그 기억들이
살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사진출처: 허영엽 마티아 신부님

 

'내 작품방 > 詩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생각의 차이  (0) 2012.12.29
19-보리밥  (0) 2012.12.27
21-향수 하나  (0) 2012.12.26
학(鶴)  (0) 2012.12.21
우리는  (0) 201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