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19-보리밥

은빛강 2012. 12. 27. 22:40

 

 

19-보리밥

 

보리밥을 지을 때

보리쌀은 한 차례

- 삶겨 내어서

가마 솥 맨 아래

삶은 보리를 펴고

그 위에 쌀을 안친다.

 

한 번만 삶은 보리는

탱글탱글하여 편치 않다

 

가마솥이라 할지라도

푹 퍼지고 또 퍼져서

감칠맛이 나는 보리밥이다

 

퍼질 대로 퍼져야

비로소 제 모습 찾는

보리는 이른 봄부터

보리 싹이 꼭꼭 밟혀야

구성지게 일렁이는

푸르른 보리밭 들녘이다

 

밟히고 푹 퍼져서

고운 맛내기 민심이 되는

보리이삭은 오뉴월

전원을 배부르게 익혀간다

담 너머 인정으로 넘나드는

보리들의 행렬

 

그저 알찬 것은 오늘이 아니라

오래전 뿌리 내리며 낮아진 것

온몸으로 헌신하는 민족의 모습이다.

'내 작품방 > 詩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늙은 호박  (0) 2012.12.29
18-생각의 차이  (0) 2012.12.29
20-기억이 살고 있는 종소리  (0) 2012.12.26
21-향수 하나  (0) 2012.12.26
학(鶴)  (0) 201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