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
17-늙은 호박
마트에 젊잖게 줄지어 앉은
누런 늙은 호박 덩이들이
찬바람 이는 세월 사이 비집고
훈훈한 품으로 다가오시는
내 할아버지이다
월남에서 살아 돌아온
삼촌이 귀국 선물한 라디오를
베고 누우시면 세상사가
직사각 상자에서 해박히 들려 준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간 것이며
이렇게 눈송이가 중공군 솜 적삼
뜯어 날리듯 온 세상이 적요 할 때
모친 지시 따라 아궁이에 장작지피고
늙은 호박에 팥을 넣고 뭉근히 끓이다
쌀가루와 옹심이 넣고 겨울을 데운다.
긴 겨울 지내러 오신 종조부님
달나라에 사람이 어찌 가느냐며
역정 끝에 호박범벅으로
기분전환 하시던 기억들이
‘고춘자 장소팔’ 만담으로 아련타
경복궁 타령을 좋다 하셨는데
할아부지!
이 손녀가 보았으니 훗날
경복궁 기행 기 들려 드릴께요.
"오냐! 오냐!"
귀가 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