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17-늙은 호박

은빛강 2012. 12. 29. 21:30

[사진출처-네이버]

 

 

17-늙은 호박

 

마트에 젊잖게 줄지어 앉은

누런 늙은 호박 덩이들이

찬바람 이는 세월 사이 비집고

훈훈한 품으로 다가오시는

내 할아버지이다

 

월남에서 살아 돌아온

삼촌이 귀국 선물한 라디오를

베고 누우시면 세상사가

직사각 상자에서 해박히 들려 준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간 것이며

 

이렇게 눈송이가 중공군 솜 적삼

뜯어 날리듯 온 세상이 적요 할 때

모친 지시 따라 아궁이에 장작지피고

늙은 호박에 팥을 넣고 뭉근히 끓이다

쌀가루와 옹심이 넣고 겨울을 데운다.

 

긴 겨울 지내러 오신 종조부님

달나라에 사람이 어찌 가느냐며

역정 끝에 호박범벅으로

기분전환 하시던 기억들이

고춘자 장소팔만담으로 아련타

 

경복궁 타령을 좋다 하셨는데

할아부지!

이 손녀가 보았으니 훗날

경복궁 기행 기 들려 드릴께요.

"오냐! 오냐!"

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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